본문 바로가기

People 초대석

다송한옥목재소 장춘덕 대표, “단 하루도 나무를 만지지 않은 날이 없다”

다송한옥목재소 시공 이미지

“한옥 본연의 아름다움과 가치는 시대가 달라져도 사라지지 않아”
50년 목공장인 다송한옥목재소 장춘덕 대표 

[피에코 뉴스=김민정 기자] 한국 고유의 전통미를 간직한 한옥은 인간의 손을 거쳐 마침내 완성된다. 장인의 손맛으로 빗어낸 예술 작품인 셈이다. 오랜 시간을 지나온 한옥은 당시 시대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김봉렬 교수는 저서 ‘한옥에 살어리랏다’를 통해 “한옥은 한국인의 삶을 담은 집”이라며 “삶의 모습은 시대의 변화와 함께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옥은 불변의 고정된 모형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적응하는 살아 있는 생명체”라고 했다.

다송한옥목재소 장춘덕 대표 

지난 50년간 목조 건축 분야를 연구해온 다송한옥목재소 장춘덕 대표는 오늘날 급변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한옥과 공존하는 삶의 가치와 그 의미를 널리 전파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시대가 변해도 한옥이 지닌 미적 아름다움과 실용적인 기능은 한결같이 감탄을 자아낸다.

“단 하루도 나무를 만지지 않은 날이 없다”

목조 건축계에서 명인으로 알려진 다송한옥목재소 장춘덕 대표는 지난 1985년 고(故) 조승환 대목장과의 인연을 시작으로 남다른 재능을 키워나갔다. 어릴 적부터 나무와 건축에 관심이 많았던 장 대표는 이것이 단순한 흥미에 그칠 줄 알았지만, 조승환 대목장은 그의 재능을 단 번에 알아챘다.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로 서로 의지하며 한옥 연구에 전념해왔다. 이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드러나는 한옥의 단점을 발견해 개선해 나가며, 어느 시대에서든 한옥과 공존하는 삶의 장점을 강조하고 설계와 시공법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열정을 쏟았다. 

서울 은평 한옥마을 담서재

강릉 낙산사 범종루, 경남 창원 성주사의 설법전 등 국내 유수의 문화재를 함께 복원하며 장인 정신을 발휘했다. 한옥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장춘덕 대표는 이 과정에서 한옥의 가치를 연구하는 데 빠져들어 점차 전문가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한옥에 깊은 애정을 품고 있는 만큼 장인으로서 높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한옥 명인으로 불리며 목조 건축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는 자리까지 올랐지만, 지금도 원목을 검수하고 품질을 관리하며 한옥 건축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 

장 대표는 무엇보다 자재를 중요시한다. 어떤 원목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한옥 전체의 가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는 “시간과 장소, 상황에 따라 복장을 달리해야 하는 것처럼 고즈넉한 전통미가 가장 큰 매력인 한옥을 짓는데 이에 어울리지 않는 자재를 사용한다면 고유의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원목 이미지

그뿐만 아니라 장 대표는 수시로 건축 현장을 찾아가 남다른 장인 정신을 발휘한다. “한옥을 짓는 일은 자재를 고르는 것에서부터 섬세한 작업이 요구된다”며 “차별화된 설계 방식과 시공 디테일을 한옥의 장점과 고유한 매력으로 잘 드러날 수 있도록 건축 과정에서 부지런히 손맛을 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이유로 장 대표를 따라 가업을 잇고 싶다는 아들에게 “문화재 목재 자격증부터 따오라”고 퇴짜를 놓기도 했다. 아버지의 호통에 아들은 문화재 목재 자격증을 취득하고서야 비로소 한옥 건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전통 장인기술과 현대식 건축기술의 조화 

한옥은 건축 과정에서 건조된 나무를 사용하기 때문에 자연을 비롯한 어느 환경에서도 잘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하지만 사회는 시시각각 변하고, 시대에 걸맞은 생활양식 또한 시시때때로 바뀌고 있다. 

장춘덕 대표는 “한옥의 가치가 잊혀지지 않게 하도록 그동안 연구해온 것인데, 빠른 속도로 변하는 건축업계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면 대중의 시선과 주목을 받기 어렵다. 한옥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사회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그 흐름을 받아들이고 기술 접목이 가능한 부분을 찾아 꾸준히 가치를 재생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막 이미지

실제로 장춘덕 대표는 한옥 건축에 사용되는 전통적인 장인 기술과 오늘날 현대식 건축 기술을 접목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연말 장춘덕 대표가 만든 전통한옥 ‘담서재’가 서울우수한옥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부터 우리 전통 고유의 가치를 계승하며 미적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고루 갖춘 한옥을 심사해 ‘서울우수한옥’으로 선정하고 있다. 당시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통해 담서재는 정교한 목조 구조로 한옥의 멋을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장춘덕 대표는 담서재를 짓는 과정에서 나무와 나무의 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가스켓을 사용한 공법을 적용했다. 한옥 건축에 가스켓을 사용하는 새로운 공법이 최초로 알려지면서 목조 건축계 장인과 전문가들의 시선이 장춘덕 대표에게로 쏠렸다.

실내 이미지

한편, 최근 장 대표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이동식 한옥 농막이다. 이름 그대로 움직임이 가능한 한옥인데, 마찬가지로 전통 기술에 현대 가치를 더한 새로운 주거 형태이다. 

장 대표는 “새로운 기술과 재료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생활양식도 꾸준히 그 형태가 달라지고 있지만, 한옥이 본연의 가치를 담고 있으면 이는 결코 한옥 건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 오늘날 한옥에 대한 새로운 정의”라고 말했다. 

피에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