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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자발적 비혼모’ 사유리, “앞으로는 아들을 위해서 살겠다” 유튜브 통해 출산 심경 전해

[피에코=최은경 기자] 평소 거침없는 입담으로 인기를 끈 일본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의 출산 소식에 관심이 뜨겁다. 결혼 발표가 아니라 정자 기증을 받아 출산을 했다는 소식을 스스로 알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흔하지 않은 ‘자발적 비혼모’를 선택한 사유리의 이번 결정에 대해 시민들은 응원의 뜻과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사유리는 최근 SNS를 통해 “2020년 11월 4일 한 아들의 엄마가 됐다,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다고 전해주고 싶다”라며 “지금까지 자기 자신을 위주로 살아왔던 제가 앞으로는 아들을 위해서 살겠다”라고 출산 심경을 전했다.  사유리는 지난해 10월 방문했던 산부인과에서 조금만 더 늦으면 자연임신이 힘들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급하게 찾아서 결혼할 수는 없다”는 판단 아래  배우자가 없는 출산 이른바 ‘자발적 비혼모’가 되기를 선택했다.  이에 사유리는 자신의 고향인 일본으로 건너가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 후 출산을 한 것이다. 자발적 비혼모란 결혼하지 않고 자발적 의지로 아이를 출산하거나 입양해 키우는 여성을 뜻한다. 

그러나 사유리의 출산 소식에 응원과 걱정의 목소리가 엇갈렸다. 동료 연예인들은 물론이고 학계, 정치인들까지도 그의 용기에 응원했다.  “여성으로써 소신있는 용기 대단하고 멋지다”, “사유리와 태어난 아가의 탄생을 축하한다”고 사유리를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는 10년 전 방송인 허수경씨가 비혼모가 됐다는 소식에 부정적 여론이 많았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허수경은2008년 1월 비혼인 상태에서 정자기증을 통해 시험관 아기를 출산 한 바 있다. 반면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도 많았다.  “아빠 없이 자라날 아이의 처지 생각하면 응원하기가 어렵다”, “한국 사회에서 정자를 기증받는 건 불법아닌가” 등 우려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사실혼부부도 정자공여 가능 

이런 가운데 사유리는 KBS1 ‘뉴스 9’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서 결혼한 사람만이 시험관이 가능하고 모든 게 불법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계기로 국내 ‘자발적 비혼 출산’과 관련한 논란이 더욱 확산됐다. 국내의 경우 이런 선택지가 너무 제한돼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여론 및 정치권 등에서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세밀히 살펴보는 분위기다. 대한산부인과학회(산부인과학회)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에 따르면 ‘체외수정시술은 원칙적으로 법적인 혼인관계에서 시행돼야 한다’는 기준이 명시돼 있다. 

법상으로는 비혼모의 출산에 대한 세부적인 규정이 없다. 이에 병원은 자발적 비혼모에 대한 시술을 거부해 실질적으로 한국에서는 시술이 어려울 수 밖에 없던 것이다. 

그러나 사유리가 던진 화두에 이를 의식한 듯 대한산부인과학회도 사실혼 부부에게도 인공수정 등 보조생식술이 가능하도록 윤리지침을 수정했다.  산부인과학회는는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의 시술 대상 환자 조건을 ‘법적인 혼인 관계’에서 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사실혼 부부’를 포함한다로 수정한다”고 선언했다. 

다만 비혼여성 등 혼인 관계에 있지 않은 사람이 시술을 받는 점에 대해선 여전히 불가해 아쉽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산부인과학회는 “시술 대상의 확대와 관련한 사회적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된다. 지침 개정에 앞서 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공청회를 제안한다”며 “난자와 정자 공여에 의한 시술 및 대리출산 등에 관한 생명윤리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의 법령 개선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해외에서는 미국, 영국, 일본, 유럽 일부 국가에서 미혼 여성에 대한 정자 기능을 이미 허용한 상태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비혼 임신을 둘러싼 인식의 전환을 바꾸기엔 시간적으로 오래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저출산 상황 속에 출산을 적극 장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성격의 공동체를 ‘가족’개념으로 인정하는 사회 제도를 고민한다면 비혼 임신의 인식 전환이 되지 않을까 싶다.